세상돌아가는 이야기

이제 신애리엔 그 붉은 산수유 열매가 없다

주님의 일꾼 2011. 5. 12. 18:14

이제 신애리엔 그 붉은 산수유 열매가 없다

風景 그리고 사람 2009/10/28 12:18 너도바람

1. 신애리에서 길을 잃다

동물적 감각으로 길을 찾는다. 길을 나서면 천부적으로 타고 났다고 자타가 공인하며 감탄한다. 한번 가본 길은 100%, 가보지 않은 길들도 어림으로 찾아 가면 95% 이상 맞는다. '인간 네비' 혹은 '걸어다니는 지도'라 불리니 네비게이션 같은 어려운 기계는 원래 키우지 않는다. 보험회사에서 주는 지도 한권이면 '길이라도 좋다, 길이 아니라도 좋다' 할 만큼 겁없이 길을 나선다.(얼마전 3.5인치짜리 네비게이션이 생겨 이젠 날개까지 달았다!!!)

양평읍 신애리에 둥지를 튼 도공네 집에 갔는데 골목 끝까지 갔음에도 작업실이 보이지 않는다. 차도 돌릴 수 없을만큼 좁은 골목, 30미터쯤 후진하여 공간을 확보하고 보니 바로 오른쪽 골목 안에 도공네 하얀 작업실이 보인다. 왜 지나쳤는가 바로 깨달았다. 봄날 노란 꽃동산을 이루었던 신애리 골목의 산수유 나무 윗둥이 싹뚝 싹뚝 잘려나가 동네 골목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본능적으로 집을 찾던 더듬이에 잡히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해 만추와 지난 봄 신애리 골목 풍경. 이제는 영영 사라진 신애리 도공네 작업실 들어가는 골목>


잎이 떨어지고 나면 신애리를 활활 타오르게 했던 산수유 그 붉던 열매가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한그루에 15만원인가(30만원인가, 50만원인가)에 팔려나가 곧 캐어나갈 거란다. 몇 번의 봄을 맞고 가을을 보내야 저토록 굵은 줄기의 산수유 나무로 자라는가 그 세월을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중국산에 밀려 산수유 열매를 수확해도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는 그네들의 사정을, 산수유 한그루면 자식들 대학 공부를 마칠수 있어 대학나무라고도 불리웠던 나무를 캐어내야 하는 그네들의 현실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그곳이 그들의 자리인듯 붉디 붉은 산수유 나무를 동네를 위해 그 자리에 두어 달라고 말하는 것은 도시민의 지나친 이기심이겠지만, 그래도... 안타깝다. 그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던 나무가 푼돈에 팔려나가는 현실이... 오늘도 무사히라는 두손 모은 소녀는 택시의 거울에 매달게 아니라 시골 골목의 나무마다 부적처럼 매달아야할 판이다.

산수유 나무가 몽땅 캐어진 신애리 골목을 들어가는 일은 서글프다. 지난했던 20년 가까운 명달리를 떠나지 못해 안달이던 도공도 신애리를 떠나 다시 명달리 돌아올 꿈을 꾸고 있는듯하다. 100% 산수유 나무에 이유가 있진 않지만, 서리 내린 만추 더욱 붉어진 신애리 산수유 열매는 이제 과거형이 돼 버렸다.

2. 사나사로 길을 나서다

그리하여 아쉬움을 달래려 달려간 곳이 신애리 근처의 사나사, 양평 가는 길 냉면으로 유명한 옥천으로 길을 잡으면 닿는 곳이다. 옥천냉면 집 앞을 지나면 도시도 농촌도 아닌 어설픈 풍경이 사라지고, 좁은 골목길을 꾸불꾸불하게 도는 사나사 가는 길이 나온다. 노사나불을 모셔 사나사인데, 노사나불이 어떤 의미를 가진 부처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중생을 구원하기 위한 부처 중의 하나겠지...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고 싶어 하는 도공을 무시하고 그 아름다운 계곡을 쌩하니 차로 올라가니, 왜 이곳에 왔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도공의 얼굴이다. 그럼에도 사나사 계곡은 아름답다. 사나사를 잘 알고 있는 도공은 겨울철 어느 계곡이 동양화 같은 풍경을 보여주는가를 설명한다.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애처로운 사나사 일주문을 지나 사나사에 드니, 온통 가을 천지다. 신애리 골목에서의 아쉬움을 사나사에서 다 풀고 왔다. 달려가면 반가이 맞는 벗이 있고,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이 있으니 이만하면 풍요로운 가을이다. 이 가을 모두들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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