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대접받으려다 고문당했다

주님의 일꾼 2016. 12. 30. 13:15

어느 해 보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 병신년이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뉘엿 뉘엿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2016년은 우리를 슬프고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 정말 많았던 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져 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 가득합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공유해 보려합니다. 여러분 ! 걱정, 근심 모두 잊어 버리고 함께 웃어 보시기 바랍니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쯤으로 기억됩니다. 대운동회나 소풍때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맛있는 김밥을 싸오셨습니다. 그러나 그해는 어머니가 밭에서 일을 하시다가 독뱀에 물려 오시지를 못하고 아버지가 대신 오셨습니다.


어머니가 아프신 관계로 당연히 김밥 먹기는 포기했지만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분명 내가 좋아하는 짜장면을 사주실 것이라 확신하고 점심시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점심시간, 아버지를 따라 음식점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중국집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 생각에 입안에는 침이 가득히 고였고 중국집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이 가볍고 경쾌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이게 왠일입니까 ? 아버지는 중국집을 지나 계속 발걸음을 옮겼고 나의 발걸음은 불길한 생각에 진흙탕을 거니는 듯 무겁고 찝찝했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내 눈앞에 미꾸라지탕(추어탕)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혹 아버지가 내가 싫어하는 미꾸라지탕을 사 주시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에 머리는 복잡해져 갔습니다. 역시나 역시나 아버지는 미꾸라지탕집 문을 힘차게 여시고 기쁜 표정으로 추어탕을 주문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 “여기 추어탕 두 그릇이요. 미꾸라지 갈지 않은 것으로요” 순간 내 마음은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 아 ! 그 먹기 싫은 미꾸라지탕, 그것도 갈지도 않은 통 미꾸라지탕 ......... 그날 나는 맵고 징그러운 미꾸라지가 둥둥떠다니는 맛 없는 미꾸라지탕을 삼키면서 앞으로는 미꾸라지탕, 특히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으로 끓인 미꾸라지탕은 절대 먹지 않기로 맹세를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16년이 지나고 회사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입사 초년병인 나에게 유달리 잘해 주시고 친근하게 대해 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우리 부서는 아니였지만 나를 볼 때마다 따뜻한 미소와 친근한 멘트를 날려주시는 그 분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분과 나는 회사 축구부 활동을 같이하며 정분을 쌓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분이 내게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십니다. 집도 멀고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사양하고 싶었지만 평소 좋아하는 선배님의 제의를 감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분과 술 약속을 한 그날이 왔습니다. 선배님이 어떤 맛있는 음식을 사주실까 하는 기대감으로 하루 업무를 마치고 그 분을 따라 음식점이 밀집된 빌딩으로 향해 발을 옮겼습니다. 삼겹살 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 삽겹살도 좋지 !” 하는 마음으로 그 분을 따라 갔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삽겹살 집을 지나쳐 갔습니다. 횟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 아싸. 싱싱한 회 한사라 먹겠구나 !” 하는 기대감이 가슴 가득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선배님의 발걸음은 회집도 지나쳐 버렸습니다. 선배님은 회집을 지나 한 음식점으로 나를 안내하셨습니다. 선배님은 내게 “여기 홍어회가 좋아. 홍어회 먹어 봤지 ?” 라고 물어보셨습니다. 홍어회 먹어 본 기억은 없지만 다른 회와 별차이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나는 영혼없는 어조로 “예, 예”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음식점 사장님이 가져다 주신 홍어회는 광어회, 우럭회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경기도가 고향인 나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음식이였습니다. 싱싱한 홍어회를 기대했건만 홍어회에서는 여름날 외양간 뒤편에 푹썩은 두엄냄새와 시골 똥뚜간의 그 야리꾸리한 냄새가 함께 진동을 했습니다. 술한잔을 건배하고 선배님은 입맛을 쩝쩝다지면서 삭힌 홍어를 맛있게 드셨지만 나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홍어회를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해서 나의 젓가락은 주변 반찬만을 오고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아 ! 이런 젠장 ! 이런 썩은 음식을 사주다니 ? 이왕 사줄거면 내 의사도 좀 물어보고 사주지” 마음속에서 분노와 절망이 용솟음 쳤습니다. “이 인간 ! 앞으로 내게 밥먹자고 얘기만 해봐라. 다시는 이 인간과 밥을 먹지 않으리....” 다짐하고 다짐했습니다.

그 당시 나는 우리나라에 이런 음식이 있는지 상상도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썩은 음식을 팔 수가 있는가 ? 선배는 이렇게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맛없는 음식을 입맛을 쩝쩝다져가며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 ? 참 의아했다. 정말 그날 내 눈에 비치는 그 선배는 썩은 고기를 서로 먹으려고 아귀다툼을 하는 하이에나로 보였다. 애고 애고....... 그날 나는 대접받으러 갔다가 고문만 당했습니다......... ㅠ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