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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서 전 통상산업부 차관, 지식경제부 후배들 만나 "봉사하는 삶" 강조

주님의 일꾼 2018. 5. 14. 12:42

박운서 전 통상산업부 차관, 지식경제부 후배들 만나 "봉사하는 삶" 강조

[머니투데이 정진우기자][박운서 전 통상산업부 차관, 지식경제부 후배들 만나 "봉사하는 삶" 강조]

↑ 가운데 오른쪽 의자에 앉아 있는 박운서 전 통상산업부 차관.(사진: 지식경제부)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지식경제부. 대규모 정전사태 책임공방 등으로 어수선한 이곳에 '아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16년 전 이곳에서 통상산업부(현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낸 박운서(72세)씨가 까마득한 후배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박 전 차관은 행시 6회 출신으로 상공부 산업정책국장, 청와대 경제비서관, 통상산업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공직생활을 끝낸 1996년부터 한국중공업 대표, 데이콤 회장, 파워콤 회장을 지내며 2003년까지 기업인으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그런데 그는 2005년 2월 선교활동을 하겠다고 돌연 필리핀 남쪽 민도르 섬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원주민들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며,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다. 6년이 지난 지금 교회 9개를 지었고, 수 천kg의 쌀을 생산에 원주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박 전 차관이 이날 지경부를 찾은 건 부내 기독교 모임에 참석, 후배들에게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한국을 떠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독모임은 일주일에 한차례(매주 수요일 점심시간) 진행된다. 예배와 친교시간으로 이뤄지는 이 모임엔 평균 30명 정도 참석한다.


하지만 이날은 130명 넘게 모였다. 박 전 차관이 온다는 소식에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다수 나온 것. 1995년 당시 박 전 차관 비서를 하던 사무관은 국장(박청원 대변인)이 돼서 이날 모임에 나왔고, 앳된 아가씨들은 이제 학부형이 돼서 그를 만났다.


후배들은 박 전 차관이 국내에 있었으면 편안하고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왜 그런 길을 택했는지 궁금했다. "고생을 왜 사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후배들도 많았다.


박 전 차관은 이런 후배들에게 "내가 그곳에선 장로로 불린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옛 동료들도 많다.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젖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하지만 나는 행복하다. 부러운 사람이 하나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눔 그 자체로 행복하다. 미개한 원주민들이 쌀농사를 지어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보니 보람이 느껴지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시간여 왜 남을 위해 살아야하는지,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 진심을 담아 설명했다. 특히 후배들에게 "공무원인 여러분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배들은 대 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요즘 정전사태 등 각종 사건과 사고로 바람 잘 날 없는 지경부 공무원들에게 그의 말이 큰 위안이 됐다는 후문이다. 지경부 한 과장은 "우리들에게 박 전 차관님의 인생 이야기는 하나의 전설이다"며 "특히 지경부에 요즘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 심신이 고달픈 공무원들이 많은데, 힘을 내서 더 열심히 봉사하는 자세로 일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김준동 산업경제정책관도 "평소 모임보다 100명 정도 많이 나왔다는 것은 직장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우리 공무원들이 박 선배의 욕심 없는 삶에 대한 동경이나 어떤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며 "공무원 이후의 삶을 계획하는 후배들에게도 그의 삶이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