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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일꾼 2008. 10. 9. 22:29

곁눈질 않고 한우물…수출 뜀박질…사회공헌 한달음
한겨레 최혜정 기자
‘자랑스러운 중기인’ 통해 본 잘 나가는 중소기업의 공통점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1994년부터 매달 선정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 수상업체들을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오랫동안 한 업종에 주력하고, 일찌감치 국외로 눈을 돌린 경우가 많다. 또 사회와 직원들과 공생을 추구하는 사회적 책임의 실천도 눈에 띈다.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은 은행이나 협동조합 등 유관기관의 추천을 받은 업체 가운데, 재무구조와 경영합리화, 수출 실적 등을 고려해 평균 3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다.

 

한 우물만 판다=너도나도 ‘블루오션’을 찾아나서지만, 자중회(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 협의회) 회원들은 수십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기업이 대부분이다. 74개 회원사들의 평균 업력은 22년에 이르고, 한 분야를 파고든 덕에 관련 업종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점유율을 자랑한다. 한영넉스의 한영수(59) 사장은 산업용 온도계에만 34년을 매달렸다. 온도계라고 하면 기껏해야 체온계나 찜질방 온도계를 떠올리지만, 기업의 제조공정에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한영넉스의 산업용온도계는 플라스틱 사출성형기부터 전기로, 반도체 생산장비에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1972년 창업 이후 연구개발에 집중한 덕에 현재 생산 품목은 7천여종에 이르고, 특허도 200개를 넘는다. 한 사장은 “중소기업은 우선 전문영역을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천 역시 1975년 창립부터 자수레이스에만 집중해왔다. 70~80년대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섬유산업이 이미 ‘사양산업’으로 잊혀져왔지만, 부천은 고급 자수레이스만 고집하며 국내 200여개 업체 가운데 시장점유율 1위, 세계적으로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시원 사장은 “자수는 국민소득이 높아져도 고급 수요가 계속 창출되는 업종이라서 오랫동안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을 국내처럼=자중회의 회원사들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유명하다. 판로가 없고 시장도 좁은 국내를 넘어 국외에서 날개를 편 회사들이 많다. 회원업체의 90% 이상이 수출기업이고, 내수보다 수출비중이 높은 업체도 절반 가깝다. 휴대용 음악반주기를 만드는 엔터기술은 매출의 97%가 국외에서 나온다. 영상, 음원 및 노래 가사까지 들어있는 반도체칩을 넣은 마이크 하나로 미국, 일본, 필리핀 등 50여개 나라에 150만대를 팔았다. 이경호 사장은 “더 넓고, 더 잘 살고, 노래 문화가 더 발달한 나라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국외진출을 결심했다”며 “가라오케 종주국인 일본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만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2000년 처음 국외 수출을 시작한 이후 매년 평균 50% 이상의 매출성장을 기록 중이다. 첨단 절삭공구 업체인 ‘와이지-원’은 81년 창립 이후 중국·인도, 프랑스, 미국 업체를 차례로 인수하며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주력상품은 비행기 동체나 휴대전화 등을 정밀하게 깎을 때 쓰는 최첨단 공구인 ‘엔드밀’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매출 960억원 중 75%를 국외에서 벌어들였다.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중소기업은 먹고 살기만도 바쁠 것’이라는 편견도 날려버린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사훈은 ‘거목과 같은 회사’다. 유나이티드제약이라는 큰 나무가 만들어내는 열매와 그늘을 사회와 함께 나누겠다는 의지다. 10년 전부터 매년 4차례 이상 보육원과 무의탁노인을 찾고 있다. 새로 진출한 국외시장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이 뒤를 잇는다. 2002년부터 중국조선족 어린이 문화축제를 열고 있고,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조선족 어린이에게는 1년간 장학금을 준다. 매년 이익의 10%는 사회공헌 예산으로 편성한다. 회사 설립 이후 한번도 노사 갈등이 없는 것도 자랑이다. 강덕영 사장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직원들과 함께 벌고 함께 나누기로 했다”며 “앞으로 기업은 투명성과 사회공헌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협중앙회 산업기술혁신팀의 이구수 과장은 “자중회 회원사들은 전통산업부터 첨단까지 다양한 업종에 고루 퍼져있지만 모두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수출 등을 통해 업계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