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발전은 우수기술인력 확보로부터
최근 언론보도에서 “우리 사회에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뿌리 깊은 인식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기술 천시 풍토가 다시 만연하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전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앙일보와 KAIST가 우리나라 고급 과학기술 인력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KAIST의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교수의 90.7%와 학생의 93.5%가 “지금 이공계가 위기“라는데 동의한 것을 보면 이공계가 위기는 위기인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산업화 초기인 ‘6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정부의 공업화전략으로 기술 천시풍조가 사라지고, 기술․기능인력이 우대시 되던 때가 있었다. 그 결과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업계 고교에 많은 인력들이 모이고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공계 대학의 선호도가 인문계 대학을 추월하여 많은 우수 인력들이 이공계 대학에 대거 지원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시 기술천시 풍조가 고개를 들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
기술 천시풍조 및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
최근의 기술 천시풍조 및 이공계 기피현상이 다시 만연되도록 된데에는 정부, 기업, 국민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본다.
먼저 정부는 그간 많은 지식인들이 입시위주, 암기위주의 교육체계에 대한 변혁요구와 함께 이공계 분야에 있어 이론위주가 아닌 현장위주 교육,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의 체계개편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체계의 변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으며, 교육의 질적성장보다는 평준화를 고려한 양적성장만을 추구해 왔던 것으로 보여진다. “대학졸업 신규인력의 지식․기술 수준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필요수준의 26%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기업 또한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 많은 기업들이 IMF 외환위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영 및 기술혁신의 노력은 게을리한 반면, 당장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R&D투자를 급격히 축소하고, 연구․기술인력의 조정을 앞다투어 실행한 것도 현재의 이공계 취업기피의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의 편향된 인식도 문제다. 개인의 적성과 특기, 능력을 무시하고 돈 많이 벌 수 있고 업무가 편하다고 하면 너도 나도 한 방향으로 몰리는 현상도 이공계 취업기피의 한 원인이다. 혹자에 의하면 요즘 의대와 약대는 블랙홀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공계 계열의 대학지원자가 의대와 약대로만 몰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부족 심각
최근 이공계 기피현상이 만연되어 가고 있고, 상당수의 이공계 졸업자가 실업상태로 전락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인력난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중소기업인력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2003년 4월말 현재 중소제조업의 인력부족율은 6.23%로 약 14만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특히 기술인력은 약 1만 3천명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본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술인력중에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전문인력에 부족율은 20.9%(’03. 5)로 기술개발 전문인력의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높은 실업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기술인력난이 해소되지 않는 원인은 무엇때문인가 ?
첫째, 이공계 인력이 중소기업의 취업을 기피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상당수의 이공계인력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대상황과 자기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대기업 또는 연구소 등 버젓한 일자리 만을 무조건적으로 선호하며, 중소기업에는 눈조차 돌리지 않는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실업문제는 물론 특히 이공계 취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 기술인력난이 여전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둘째, 상당수의 이공계 인력이 우리 중소기업의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현장적응 능력이 떨어지고, 기술수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이공계 졸업생 대부분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아 최소 3년 정도의 현장교육과 적응훈련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신규인력을 채용하여 현장적응을 위해 3년정도를 투자하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중소기업은 신규인력의 채용보다는 경력직 인력의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셋째, 대다수 국민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과 규모의 편견을 들 수 있다. 중소기업이라 하면 열악한 근로환경, 환경오염의 주범, 저임사업장 등을 연상하고 대기업이라 하면 특별한 정보도 없이 무조건 선호하는 것이 실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
정부에서도 기술인력 부족해소를 위해 적극 노력
정부는 최근 중소기업계의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을 제정하고 금년에는 이에 따라 중소기업인력종합지원계획을 수립중에 있으며, 기술인력의 주요 공급처인 대학의 교육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고 산업체 수요에 부응하는 학과설치, 현장 적합성있는 교육과정 개발, 현장실습 학점제 및 현장학위제를 확대하는 등 대학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미진한 산학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산업집적지와 주변대학의 산학협력 활동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산학협력중심대학 선정・육성 사업을 추진하는 등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기술인력난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정부는 그간 중소기업의 연구․기술인력 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산업기능요원제도 및 전문연구원제도, 산학협력 지원 등을 통하여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확보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기술인력난은 계속되어 왔음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제언
세계는 무역장벽의 해소, 교통의 발달, 정보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글로벌화가 가속화되어 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EU 경제공동체의 출현 및 국가간 FTA 체결 확대 등으로 경제블럭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첨단기술 개발과 지적재산권 보호강화로 기술우위 확보에 진력하고 있고, 중국 등 개도국들은 외국기업의 적극적인 유치와 선진 기술도입 등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날로 치열해져가는 무한경쟁 체제하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생존,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경쟁력있는 기술을 보유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본회가 조사한 중소기업기술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인들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을 세계 최고수준을 100으로 볼때 제조능력을 78.4%, 제품설계능력을 75.5%, 신기술개발능력을 71.8%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로 미루어 볼 때 아직도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은 세계 수준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쟁력있는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자금도 필요하고 정보도 필요하겠으나 무엇보다도 그 기술을 개발하고 전수할 수 있는 기술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본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자체 기술개발시 자금부족(32.5%) 다음으로 기술개발인력 확보의 곤란(28.0%)을 애로요인으로 들고 있을 정도로 우리 중소기업은 기술인력 확보면에서 양적․질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술인력 확보의 어려움이 해소되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인력난 해소를 위한 장단기 로드맵을 설정하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들을 수립하여 하나 하나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기능요원제도 및 전문연구원제도 등 병역특례제도를 개선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증대시켜야 하고, 기술인력에 대한 소득세 특별감면, 근무조건 및 작업환경 개선 지원 등을 통하여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유입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며, 대학과 기업간의 긴밀한 산학협력 체제 구축을 적극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모든 정부 부처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실효성있는 중소기업인력종합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중단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암기, 입시위주의 교육체계를 전면 개편하여 우수 기술인력이 양성될 수 있는 교육풍토를 마련해야 할 것이며, 특히 대학교육에 있어서는 산업체 수요에 부응하여 정원, 교육과정, 수업방법 등을 마련하고, 재직자의 직무능력 향상과 재교육을 적극 지원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교육체제로 개편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인식과 규모에 대한 편견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청년층의 높은 실업율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만성화되어 가는 주된 이유가 바로 중소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인식과 규모에 대한 편견때문이므로 이에 대한 개선없이는 어떠한 좋은 기술인력 공급체계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인력 유입촉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헌장에서도 거론하고 있는 바와 같이 중소기업은 자유와 자율, 혁신과 활력의 원천이며, 시장경제의 창달과 국민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발전없이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또한 중소기업에 대한 인력, 특히 기술인력 유입의 촉진없이는 중소기업의 발전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쪼록 정부를 포함하여 모든 경제주체가 중소기업의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며, 중소기업에 기술인력 유입이 양적․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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